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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퀵플렉스가 생기면서 지입 택배기사로 입문하는 분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생기고 진입장벽이 낮아졌습니다. 초보자들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조건이 생겨나니 초보자는 물론 기존에 일반택배사에서 일하시던 분들도 상당히 많은 수가 퀵플렉스로 전향하셨습니다. 하지만 퀵플렉스의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제 블로그는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상황, 그리고 물류업계의 흐름을 보고 제 생각을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니 그저 한 택배기사의 의견 정도로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퀵플렉스의 장, 단점
퀵플렉스는 앞서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CLS를 원청으로 그 아래 대리점이 존재하고 퀵플렉스(지입기사)는 그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습니다. 따라서 대리점은 본사로부터 라우트(구역)를 따내고 그 구역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 라우트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본사에 있고, 수수료 역시 본사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지만 대리점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저렴한 수수료를 제안할 수 있는 대리점이 라우트를 받아올 수밖에 없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은 주로 단기, 대부분 1년을 단위로 갱신됩니다.
또한 쿠팡 CLS는 자사 소속의 정규 / 계약직 직원인 '쿠팡친구'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택배의 직영기사와 유사한 직종이라 보시면 되겠는데 차이는 그 수가 일반 택배사 대비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니다. 단지 쿠팡 본사로부터 고용을 승계하여 많은 것이 아니라 쿠팡의 배송 특성상 연중무휴 주/야간 2회전 배송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인 쿠팡친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직원만으로 이 부분을 전부 커버할 수 없어서 일반인 단기 배송인력인 카플렉스까지 운영하고 있지요.
주 7일 무휴로 배송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입기사도 최대 6일을 일할 수 있고, 직원은 주 5일 근무제를 해야 하니 공백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쿠팡은 쿠팡친구와 퀵플렉스(지입기사), 카플렉스(일반인 단기 배송 알바) 세 가지 시스템을 혼합하여 보완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부분에서 쿠팡의 장, 단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쿠팡 퀵플렉스의 장점
1. 진입장벽이 낮다
퀵플렉스는 구역 할당과 관리가 본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본사에서 새로운 라우트를 열고 그에 따라 대리점을 모집하면 대리점은 단가협상과 함께 그 라우트를 담당할 기사를 모집하게 됩니다. 그러니 기사가 받는 라우트는 그야말로 복불복. 하지만 라우트 구역 조건에 따른 단가와 물량이 평균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신입 기사 입장에서 무조건 똥구역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쿠팡 퀵플렉스 초창기에 대량으로 라우트가 풀리면서 많은 일반 택배기사들이 좋은 라우트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인력 이동의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구역에 대한 얘기는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건데 웬 장점이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일반 택배를 살펴보면 이게 엄청난 장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택배는 구역 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당하고 공평하게 구역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일반택배는 구역을 본사에서 관리하지 않습니다. 각 시, 군, 구 단위로 있는 터미널을 각 지사가 운영을 하고 있고 대리점은 그 지사 관할하에 입점해있는 형태로 지사와 대리점은 상호 의존적인 신뢰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있습니다. 대리점주가 사업을 정리하면 지사에서 새로운 대리점주를 구하긴 하지만 그런 일이 있지 않는 한 기존 대리점은 오래전부터 담당해오던 지역(읍, 면, 동 단위)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지입기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합니다. 즉, 세부적인 구역의 편성 권한을 사실상 대리점주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오랫동안 구역을 맡아 일해오던 기사가 새로운 기사에게 구역을 물려주는 관행도 존재했습니다.(지금은 거의 사라진 일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택배사의 구역은 오래된 기사일수록 좋은 구역으로 옮겨가고, 구역이 성장하면 그중에서 외곽이나 힘든 구역을 분할해서 신입기사에게 떼어주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신입기사는 소위 '똥구역'을 받게 마련입니다. 시작부터 상당히 힘든 관문을 넘어야 비로소 먹고살만한 택배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2. 초기적응이 수월하다
퀵플렉스는 구역이 라우트별로 쪼개져있고, 그 라우트 안에서도 A/B/C/D 식의 세부 라우트가 있습니다. 물론 역량에 따라 라우트를 통으로 치는 경우도 있으나 조정도 할 수가 있습니다.
택배는 고도의 육체노동과 운전을 기반으로 합니다. 거기에 어플리케이션도 익혀야 하고, 지도(길) 보는 방법도 익혀야 하며, 트럭 내 화물을 적재하는 방법, 그리고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 등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저 몸 튼튼하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요. 제아무리 몸이 좋은 사람도 택배를 시작할 때는 하루에 50개 배송하는 것도 버겁습니다. 퀵플렉스는 위에서 언급했듯 라우트 분류가 잘되어있고, 퀵플렉스 외에 쿠팡친구(이하 쿠친)와 카플렉스등의 백업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사가 정상적인 자기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을 때까지 대리점에서 물량을 조절해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대리점도 대형화되면서 휴무를 커버하기 위해 자체 백업기사를 두고 있어서 이런 조절 능력이 대리점 내부적으로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일반택배의 경우는 이런 백업수단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사가 들어올 경우 대리점주 혹은 기존에 일하던 기사가 인수인계 차원에서 어느 정도 수량을 도와주게 되는데, 이게 기껏 해봐야 삼사일에서 일주일 정도입니다. 통상 이삼일 선탑해서 길 익히고 바로 전체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초기 한 달은 매일 밤 죽을 고생을 하고 익히고, 적어도 석 달은 지나야 그래도 살아남았구나.. 생각할 정도 수준에 이르고, 일 년은 되어야 정상적인 시간에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그 와중에 엄청나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말이지요. 이에 비해 백업수단이 존재하는 쿠팡은 신입기사에게는 정말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
일반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서 위탁계약한 자기 구역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물론 대리점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케이스 따라 다 다르고, 원칙적으로 자기 혼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지 않는 한 휴가를 쓸 수도 없고, 아파도 일해야 하고, 다쳐도 일해야 하고 사고가 나도 일해야 합니다. 만약 일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대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일명 '용차'라고 하는 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서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엄두도 못 내고 억지로라도 일을 하게 됩니다. 쿠팡CLS는 태생 자체가 로테이션 근무 체제에서 시작하여 퀵플렉스, 쿠친, 일반배송 세 가지 배송이 혼합된 형태로 기사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경우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평가 점수가 하락되어 재계약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대리점 소속 백업기사가 대체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상황이지요.
4. 투명한 계약관계
정상적인 대리점과 기사 간의 계약이 성립되었다면 그 표준계약에 따라 기사는 법적 보장을 받습니다. 즉 입/퇴사 절차가 깔끔해서 일반택배에서 자주 보이는 퇴사 후 정산금 미지급 문제라던지 퇴사 기간을 3개월씩 잡는 등의 횡포는 쿠팡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이를 정확히 관리하고 문제가 되는 대리점은 대리점부터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리점이 받는 배송수수료와 기사에게 주어지는 수수료의 공제 내역이 투명해서 적어도 자기가 얼마를 벌어 얼마를 받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일반 택배의 경우 본사와 대리점간의 수수료는 대부분 투명하지 않아서 기사는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본사로부터 책정된 급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 금액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리점에 따라 수수료 이외 비용들이 청구되는 등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쿠팡 퀵플렉스의 단점
장점이 있다면 분명 단점도 있게 마련입니다. 일반 택배사에 대비한 쿠팡 퀵플렉스의 단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1. 계약관계가 불안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퀵플렉스 계약은 1년 정도의 단기계약으로 매번 갱신합니다. 그에 따라 구역이 조정되거나 단가가 변동되는 것 역시 본사의 의지에 따라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 변동을 수용하지 못하면 구역을 반납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떠한 인정도, 관계적인 부분도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일반 택배의 경우 대리점주와 기사 상호 간에 의존이 크기 때문에 대리점주 입장에서도 숙련된 기사가 숙달된 구역을 오래도록 커버해주길 바라고, 기사 역시 한번 고생해서 익힌 구역을 바꾸는 것을 지극히 꺼립니다. 때문에 기사가 사정이 생겨서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또한 아주 큰 사고를 쳐서 대리점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구역을 빼앗기는 일은 없습니다. 계약기간이라는 것도 따로 명시하지 않을 만큼.. 그야말로 은퇴할 때까지 일하는 종신 구역이라 할만합니다. 일반 택배사에 일하는 기사들의 경우 특히 그중에서도 점유가 높은 C사의 경우 이직률이 매우 적은 것은 바로 이러한 조건을 뒷받침하는 예가 됩니다.
2. 복잡한 캠프(터미널) 환경
쿠팡 CLS는 쿠친, 퀵플렉스, 카플렉스 등 세 가지 그룹의 배송인력이 함께 일합니다. 그것도 주/야를 나누어 2회전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신선식품배송, 당일배송등의 이유로 대부분 퀵플렉스 기사는 2회전 많게는 4회전 배송을 합니다. 수시로 터미널에 들어와 다시 물건을 싣고 나간다는 뜻입니다. 그 와중에 세 개의 그룹이 얽혀있으니 지정도크(터미널 접안시설)라는 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쿠팡 캠프는 아주 커다란 창고에 주차장소가 있고, 화물 하차장에서 차량까지 롤테이너라고 하는 커다란 카트로 화물을 이동하여 상차하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매우 복잡하고, 입차 시간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캠프별 환경차이가 심합니다. 더구나 물류량이 늘어날수록 간선 도착시간이 크게 늦어져 출차 시간 또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택배사는 이와 달리 지역에 따라 기사의 규모가 결정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터미널 시설을 확충하기 때문에 터미널 사이즈는 차량 수에 비례합니다. 각 차량마다 터미널 분류장에 접안하는 도크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레일에서 분류된 상품은 각 도크 앞에 분류되고, 기사는 도크에서 자신의 화물을 상차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1회전을 하던, 2회전을 하던 3회전을 하던 내 도크는 비어있기 때문에 제약이 없습니다.
3. 시간에 쫓기는 배송
쿠팡이 고객으로부터 엄청나게 호응을 받은 큰 이유는 바로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그리고 그 배송시간에 대한 엄수입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일정한 보상을 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서비스입니다. 그런 서비스는 곧바로 기사에게 전가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캠프 환경은 열악한데 비해 시간은 정해져 있기에 출차가 늦어지면 기사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리한 배송을 하게 됩니다. 쿠팡카는 택배업계에서도 빨리 달리기로 유명하지요. 모두가 이런 시간 내 배송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면 백업인력을 투입해서라도 무조건 시간 내 배송을 우선으로 하기에 늘 시간에 쫓겨 살아야 합니다.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결국 라우트도 반납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반면 일반 택배사는 익을 배송 조건만 충족하면 됩니다. 배송 시간 역시 상차 이후 기사 자신이 설정하고 나갑니다. 물론 사회적 합의 이후 밤 10시 이후 배송이 제한되기는 했으나 그 시간 안에서는 기사가 물량에 따라 시간을 조정해서 배송합니다.
4. 무엇보다도 불안한 인력운영
쿠팡은 기업 자체로 보나 시스템적으로는 매우 선진화된 물류기업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플랫폼 뒤에 있는 노동자들이 겪는 변화는 매우 큽니다. 이미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듯 택배분야에서도 쿠팡의 인력 운용을 살펴보면 초기에 온갖 프로모션을 동원해서 사람을 끌어모으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선수이지만 그 과정이 끝나면 프로모션이 사라지고 단가가 떨어져 결국 사람이 떠나가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쿠팡 카플렉스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있었고, 이제 퀵플렉스 역시 라우트 클렌징(실적이 부족한 라우트가 반납되는), 단가 하락 등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서 많은 택배기사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선에 이르면 쿠팡은 또다시 재조정을 통해 인력을 붙잡으려 할 것입니다만 이런 식의 운영방식은 결국 장기적으로 택배기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일반 택배사는 구역과 물량에 대한 컨트롤은 부족한 반면 인력 운영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가져가기에 길게 볼수록 쿠팡CLS의 단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택배기사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장단점을 모아..
'단기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 원하면 쿠팡으로, 길게 가려면 일반택배 가라'라는 한마디로 요약이 되곤 합니다.
말은 자주 듣는데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어서 오늘 주저리 풀어봤습니다.
내용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개인의 작은 견해가 택배업을 준비하시고 계시는 분들의 신중한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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