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집앞 데크에 세들어 살고 있는 고양이 세마리.. 여름엔 열한마리까지 살더니만 분가를 했는지 이제 겨우 세마리가 남았습니다. 분가한 녀석들 중 가장 큰 맞이는 심지어 사비를 들여 중성화도 시켰는데 말이죠. 중성화를 고마워할리..는 없겠지요. 그래도 오래 함께 지내길 바랐는데 안타깝습니다. 이중 한마리가 저희집 마당에 사는 길냥이중 가장 어미(할머니 고양이)이고, 나머지는 그 배에서 태어난 새끼들입니다. 마을에 고양이들이 수십마리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새끼가 태어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마다 그만큼 많은 고양이들이 전염병으로, 사고로 죽어갑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존재들일수도 있으니 마냥 고양이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이 불쌍한 아이들을 외면할 수가 없어 제 집에 깃든 길냥이들에게는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해줄 수 있는 일이래야 고작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무집, 그리고 겨울이 되면 그 앞에 바람막이 하나 쳐주고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USB전기방석정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햇등을 켜줍니다. 

보온등은 병아리 부화용으로 쓰던것인데 제일 작은 발열램프도 100와트 수준이라 전기요금이 꽤 나와서 아주 추울때만 틀어주지요. USB방석은 그나마 전력소모가 적어서 겨울에는 항상 틀어주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원래 우리나라 토종 동물은 아닌지라 추위에 매우 취약한 편인데 실제 사례들을 보면 영하 5도 이하만 되어도 얼어죽는 새끼들이 많습니다. 양평의 겨울이 보통 영하 20도까지는 떨어지는데 고양이들에게는 혹독한 환경이 아닐 수 없지요. 아무리 이렇게 보호를 해준다고 해도 길냥이의 여건상 수명도 집고양이에 비해 턱없이 짧고, 대부분 어린시절 전염병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네다섯 마리가 태어나도 일년 내 한마리가 생존할까말까 할정도로 척박한 환경이 고양이들에게는 힘들기만 할 뿐이지요. 

 

물과 먹을 것 역시 겨울에는 쉽게 얻을수가 없는 것이어서 가장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캐츠랑 사료를 사서 한마리당 종이컵 반개 분량으로 아침 저녁 주고 있고, 물은 얼지 않도록 열선을 설치해서 역시 아침 저녁으로 갈아주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매일 이정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살짝 버거운 일입니다. 열한마리가 살 때는 사료를 정말 엄청나게 먹더군요. ㅠ 

 

그래도 2년이 다 되어가도록  녀석들을 돌봐주다보니 제법 이웃으로 인정 정도는 하는 것 같아 거실에서 녀석들을 보며 귀여움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도 야생의 녀석들인지라 불러도 주변까지만 올 뿐 개냥이같은 면은 일체 없지만 퇴근할때 밥달라고 마중 나와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그래도 함께사는 사람이라 알아는 보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또 새끼를 낳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또 잠시, 새끼들 어디론가 물고 사라졌다가 몇은 죽고, 다시 몇은 돌아오고.. 그러다가 또다시 몇몇이 잘 살다가도 죽고..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가끔 마음을 허탈하게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저 녀석들 곁에서 작은 손 보태주고 밀어내지 않는 것으로 산골 이웃의 도리를 다해보려 합니다. 

 

저의 겨울도, 고양이들의 겨울도 어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귀촌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엔 보드게임, 렉시오  (0) 2023.02.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