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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겨울 난방

용문곰 2023. 1. 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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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산골짜기에 둥지를 튼 지도 어언 10년을 넘어 11년 차에 들어갑니다.
양평 추위가 춥다 춥다 말은 들었지만 들어온 지 두 번째 겨울을 맞았을 때 최저기온이 영하 28도를 찍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온도계를 세 개나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 온도계까지 보고 나서야 상황이 실감이 되더군요. 군생활을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했는데 최전방 향로봉 전선에서나 경험할까 말까 한 온도였습니다. 당연히 수도관은 동파되어 그 해 스팀 해동기까지 구매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십 년째 창고에 모셔두고 있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올 해도 눈이 제법 많이 옵니다. 눈만 많이 오는 게 아니라 이어서 한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보통 눈이 오는 날씨는 직후에 영상으로 기온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눈이 녹기 마련인데 눈이 오는 날도 영하인 경우가 대다수고, 곧바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버리니 눈이 녹지를 않습니다. 저희 집 마당에는 아직도 신발이 잠길 정도의 눈이 쌓여있습니다. 게다가 내리는 눈도 습설이라 초기 제설이 어렵습니다. 눈을 깨끗하게 치우려면 블로어로 바람을 불어내는 게 가장 좋은데 습설이 내리면 눈이 무거워 잘 날아가지가 않습니다.

 

 

제설은 출근전 바퀴길 하나만 간신히.. 이것도 한시간 둑딱.. ㅠ

이런저런 제설 장비를 쓰다가 나름 비싼 돈 투자해서 가볍고 바람 강한 밀워키 대포 송풍기를 쓰는데 습설이 내리면 이것도 무용지물이 되곤 합니다. 가까스로 자동차 바퀴 하나 지나갈 정도 길을 내놓고 제설도 포기.. 그냥 간신히 전원단지 오르내릴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올해는 난방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나름 즐겁게 살자고 시골까지 내려와 아이들 키우고 있는데 춥게 산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작년에는 리터당 800원 정도 하던 기름값이 요즘은 1500원을 훌쩍 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조금 내려서 리터당 1400원, 기름탱크가 400리터이니 가득 채우는데 무려 56만 원이나 들어갑니다.

아.. 울고 싶네요. 보일러로 겨울을 나자면 이렇게 기름을 넣어도 혹한기 1, 2월은 한 달 정도밖에 못씁니다. 한 달에 난방비 60만 원이라니 기절초풍할 노릇이지요. 대부분의 시골 전원주택에서 겪는 어려움입니다. 또 나름 집은 이쁘게 짓고 살고 싶어서 대부분 복층 구조에다가 면적도 작지 않아서 난방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에 백만 원 우습게 들어가는 집도 있을 정도입니다. 가스(LPG) 보일러를 쓰는 집은 벌크가스라는 커다란 통에 업체가 때 되면 알아서 주기적으로 채워놓고 미터기에 나오는 대로 매월 요금을 내는 방식인데 올해 가스비 역시 두배로 뛰면서 기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은 난방비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 가스비가 더 오른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지난 십 년간 이런저런 방법을 쓰면서 난방을 고민해 왔고. 지금은 나름의 결론을 내려 몇 가지 난방을 섞어 쓰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시골집 난방은 연탄보일러다.
연탄보일러, 쓸 수만 있다면 이만한 난방법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저도 시골생활 시작하고 난방비 폭탄에 몇 년을 시달리다가 연탄보일러를 직접 설치해서 4년간 살았습니다. 연탄을 보관하고 남은 재를 배출하는 일이 어렵긴 하지만 아침저녁 하루 두 번 연탄만 교체하면 하루종일 집안 온도를 25도 정도로 매우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온수도 보일러에 연결한 200리터 온수탱크에 저장해서 언제든지 펑펑 쓸 수 있고요. 나 하나만 고생하면 부족할 게 없는 난방 방식이었습니다. 그 정도 난방을 하는데 한 달 들어가는 돈은 대략 30만 원선. 도시 대비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시골집 한겨울에 실내온도 25도라는 게 얼마나 따뜻한 건지 경험해본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당시 저도 어린 막내를 낳아 키우느라 3구 12탄짜리 40평형 연탄보일러를 선택해서 살짝 오버하는 수준으로 강력한 난방을 했습니다. 그러나 연탄의 단점은 배출가스입니다.
시골 한가한 곳에 홀로 떨어진 집이라면 더 없을 좋을 테지만 전원 단지에 위치한 저희 집은 이웃집과 거리가 가까워서 마음씨 좋은 이웃도 결국은 매 해 이어지는 불편함에 호소를 하셔서 뒤늦게 알고는 바로 보일러를 철수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골집은 등유보일러를 사용합니다.
귀뚜라미 보일러가 아직도 명성을 떨칠 수 있는 큰 이유는 시골집 대부분이 기름보일러를 사용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뚜막과 연탄 이후로 수십 년 전부터 자리 잡아 자동난방의 편리함을 안겨준 고마운 보일러이지만 문제는 기름값에 따라 해마다 난방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온수를 사용할 때도 온수모드로 돌려서 몇 분은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불 폄 함은 언제 기름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행여 눈이라도 오면 탱크로리가 올라올 수 없기 때문에 날씨도 봐가며 미리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주유소 사장님과 잘 사귀어두면 편합니다.

LPG보일러(벌크)
도시나 읍내 아파트처럼 도시가스가 들어온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요즘은 웬만한 리 단위까지도 도시가스가 들어온다지만 산속 전원주택이나 농가에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기름보다는 LPG보일러가 편리하긴 한데 이때 사용하는 방식이 '벌크'입니다. 업체와 계약해서 커다란 가스탱크를 집 주변에 설치하고 가스업체에서 주기적으로 혹은 원격으로 모니터링해서 가스를 주입하고, 미터기에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가스보일러는 온수도 순간온수기처럼 바로 나오고, 조용한 데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름보일러보다 편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스 가격! 벌크 LPG는 결국 지역 가스 업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업체마다 벌크 가격이 다 다릅니다. 더구나 수백만 원이 드는 벌크 통 설치비용이 부담스러워 대부분 업체에서 가스공급을 전제로 무상대여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가스비는 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내리면 주유소 기름값도 야속하게 올라가듯 업체 가스비도 도시가스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름보일러는 기름값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는 방법이 있어 조금 낫지만 가스는 방법이 없습니다.

심야전기+태양열
십수 년 전까지 정부 보조로 유행했던 전기난방입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인식되었으나 결국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메리트가 없고 정해진 시간에 난방이 작동하는데 그게 보통 추워지는 시간대 이후라서 저녁 난방 들어오기 전까지 그리고 태양열이 부족한 흐린 날 열량이 충분치 못해 추운 집이 많습니다. 요즘은 별로 안 쓰는 추세..

지열난방, 공기열 난방 '히트펌프'방식
가장 진보된 난방 방식으로 사실상 전기 난방이고, 에어컨의 반대 원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여름에 에어컨 가동하면 실외기에 더운 바람이 나오지요. 거꾸로 한겨울에 전기 난방기를 쓰면 실외기에는 차갑다 못해 얼음이 얼 정도가 되는데 이 얼음을 녹여주는 열원을 외부 공기를 사용하는 것을 공기열, 그보다 따뜻한 땅속 온기를 이용하는 것을 지열이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기본은 전기를 사용해서 압축기를 돌려 난방하는 히트펌프 방식이고요. 생각보다 효율이 좋아서 30평대 집이면 한 달 전기요금 20만 원 정도로 아주 편하고 적절히 따뜻하게 지내는 좋은 난방 방식입니다만 단점으로는 초기 설치비용이 1천만 원 이상 들어가는 관계로(정부 보조를 받아도..) 결국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조삼모사가 되어버립니다. 10년간 무상수리 보증을 한다고 하지만 업체 자체가 사라지면 무용지물.. ㅜㅜ 때문에 기름 혹은 가스 방식과 계산을 잘해봐야 합니다.

화목보일러, 난로, 펠릿 온풍기
한 때 저렴한 난방비와 나름 발전한 기술력으로 편리함을 더해 나무를 이용한 난방방식이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결국 화재 위험과 치솟는 나뭇가격, 그리고 연통 청소 등의 불편함으로 지금은 시들해졌습니다. 난로나 펠릿 온풍기는 보조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합니다만 이를 주력으로 쓰기에는 많은 불편함이 따릅니다.

그래서 결국 그냥 기름 때며 삽니다. ㅠ

그리고 저 역시 보조 난방으로 화목 난로를 사용합니다. 이사 올 당시에는 집에서 불멍도 하고 분위기 있게 살고파서 설치한 난로이지만 지금은 그냥 '생활'이지요. 보일러를 풀가동하기에는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고(나무 역시 적지 않지만) 바닥을 데워 집안이 따뜻하기까지는 엄청나게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난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불멍은 보너스입니다.

보기에는 낭만적인데.. 사실 나무값이 비싸서 가끔 집 주변 야산에 올라가 작년에 쓰러진 나무들을 잘라서 가져오곤 합니다. 나무꾼 신세.. ㅠ
그게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나뭇값을 보시면 아마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래서 난로는 낭만이 아니라 노동의 상징이 됩니다.

그나마도 화목난로는 아내에게 다루기 쉽지 않아서 제가 밤과 아침에 주로 때고 아내와 아이들만 있는 낮에는 도요토미 반사식 등유난로와 신일 팬히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냄새가 적은 대표적인 등유난로들이어서 전원주태 사시는 분들이 보조난방으로 많이들 사용하고 계시지요.
등유를 실내에서 태우는지라 이산화탄소와 매연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지만 워낙 외풍이 심한 시골집이라 별도로 환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머리가 아프거나 불편할 정도로 냄새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루 등유 소모량은 3.5리터 한 탱크로 약 5,000원 정도로 타 난방대비 가장 경제적입니다. 보일러는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 정도씩 가동해서 바닥이 춥지 않고 세면 할 정도의 온수 사용을 하면 난방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기를 기다리지만 그렇다 해도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국내 불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거라 다들 예상하는 시점에 시골살이 역시 절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벌써 올 겨울 중반에 접어드는것 같습니다. 어서 3월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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