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다른 곳 보다 보름정도 늦은 양평의 봄도 이제 슬슬 작별을 고하는 듯합니다. 가는 곳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중년이 꺾여가는 나이에도 생뚱맞은 감성이 올라와서 가끔 차를 세우고 사진을 한 장씩 찍어두곤 합니다.

'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올 봄 꽃도 한 장 남겨두어야지.'

미련을 두어서 뭣하겠느냐마는 한 해 나이를 먹어갈수록 주변에 널려있는 듯 있어주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듯합니다. 

 

단월, 양동, 청운을 잇는 저의 택배 배송코스는 총 6개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삼가리-고송리-금왕리-매월리-석곡리-가현리로 이루어진 코스는 외곽 지역인 각 면에서도 또다시 외곽을 잇는 오지 코스라고 보면 됩니다. 그중 4개 리와 임시 2개 리를 합쳐 배송을 하다가 임시 구역을 빼고 지난주 금요일부터 새로운 구역인 매월리를 인수받고, 이제 다음 주면 마지막 석곡리를 인수받아 6개 리 전체 인수인계를 매듭 하게 됩니다. 제아무리 경험이 있는 기사라고 해도 새로운 구역을 받는 건 상당히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어서  지난  한 주간 저도 긴장하며 새로운 구역을 돌았습니다.

 

양동면 매월리

국립양평치유의숲이라는 커다란 시설을 빼고는 그다지 알려질만한 것이 없는 산골마을입니다. 매곡역이라고 하는 기차역이 있지만 하루 이용객이 이삼십 명 정도밖에 안되는 시골역이라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는 동네이지요. 골짜기 전부를 배송하려면 무려 두 시간이 걸리는 구역. 평균 배송량은 40여 개 정도. 효율이 떨어지는 구역입니다. 이런 시골마을 산꼭대기까지라도 택배는 들어갑니다. 정말 대한민국은 대단한 물류 강국입니다. ^^

산간지방으로 분류되어 D+2 즉 양평 터미널에 도착한지 이틀 이내 배송구역에 해당하지만 어차피 신선식품과 핵심고객사 물건들은 당일 배송을 해야 하기에 깊은 골짜기에 한두 개가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골짜기를 다 탄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구역 내 비포장도로는 거의 없어서 길은 비교적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 지금은 구역 적응을 위해 일주일째 모든 골짜기를 다 타고 있어서 배송시간은 몇 개가 오던 2시간이 꼬박 걸립니다. 

 

현재는 총 다섯 개 리를 배송하고 있어서 11시 배송출발 기준 대략 7시 정도에 모든 배송을 마치고 있습니다. 아직 구역 전체를 받은것이 아니어서 배송량도 80% 수준이니  다음 주에 마지막 석곡리를 받게 되면 아마도 8시는 넘어야 배송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주 정도는 구역 적응하느라 조금 더 걸릴 테고요.   그래도 임시구역 떼어내고 당장 배송량이 떨어지니 얼른 마지막 구역을 받아서 수량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네요. 하여간 이놈의 택배는 물량이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입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밤이 되어있습니다. 

하루 150km의 주행거리와 긴 배송시간에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그래도 하루를 잘 마쳤다는 보람이 큽니다. 

 

하루 일은 하루로 깔끔하게 끝나는 것, 그리고 하루 열심히 움직여 그만큼 돈을 벌었다는 보람

그게 택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목련이 이쁘기도 하고,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목련이 모두 졌으니 이제 곧 여름인가 봅니다.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