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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직간선 터미널

직영 사원을 퇴사하고 지입기사로 복귀한 시기는 하필 택배를 처음으로 시작한 때와 동일한 2월입니다. 2월이 택배를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은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연중 물량이 가장 적은 비수기라서 초기 적응기에 물량 부담이 그나마 적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장 일 그만두고 지입으로 복귀를 하는 처지에 하필 비수기라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택배업계가 비정상적인 성장을 계속하면서 수년간 비수기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속적인 물량 상승세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해제 분위기 속에 여행, 특히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거꾸로 국내 경기는 장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어지간한 불경기에 도리어 성장을 해온 택배업계 역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택배 업계는 지금 한창 비수기

전통적으로 택배업계는 신년부터 설날에 이어지는 반짝 특수기 이후 겨울방학 여행을 가는 시점부터 비수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여행, 휴가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큰 규모의 지출을 하는 만큼 온라인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2월 내내 이런 현상은 이어지고, 3월이 되면서 물량이 조금씩 회복됩니다. 바로 입학 시즌을 맞아 각종 학용품과 옷가지 등을 준비하면서 다시 온라인 쇼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5월 가정의달과 스승의 날에 또 한 번 완만한 물량 증가가 이어지고, 이후 여름휴가 시즌에 또 한 번 살짝 하락을 거쳤다가 추석시즌부터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갑니다. 이후로 연말까지는 쭈욱 물량이 증가하면서 설날까지 상승한 물량이 직전 연도의 물량 증가를 가늠하는 수치가 됩니다.  

올해는 유난히 큰 하락폭

택배기사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각 택배사의 물량감소를 살펴보면 대략 기사 1인당 15% 이상의 물량 감소 현상이 뚜렷해보입니다. 특히 공동주거시설(아파트, 빌라촌 등) 쪽의 물량은 물량 감소가 더욱 두드러져 기사 1인당 100개 이상의 물량이 감소했다는 의견들이 다수 보이고 있습니다. 택배사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쿠팡 역시 정기배송시기를 제외하면 동일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해제되는 분위기라서 외부활동이나 여행이 늘고 그에 따른 소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구매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쉴 수 있을때 쉬어야 하는 것이 택배

택배 기사의 가장 어려운 조건은 바로 개인 사정으로 휴무를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위수탁 계약을 맺고 배송 구역을 할당받은 만큼 국경일 이외 물류가 정상 가동하는 날은 무조건 해당 물량을 책임지고 소화해야 하는 것이 택배 기사의 기본적인 계약 조건입니다. 따라서 비수기는 택배기사에게 조금 쉬어가는 시즌이 되기도 합니다. 일 년 내내, 특히 추석부터 설날까지 쉼 없이 달려온 기사들이 살짝 물량을 덜어내고 일찍 퇴근하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시즌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사이클을 이해하고 있는 경력이 있는 지입 택배기사들은 비수기 시즌이 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쉬는 텀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긴장을 푸는 게 통상적인 비수기의 모습입니다. 어차피 물량이 회복되는 건 시간문제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다만 윤달까지 끼어 일하는 날이 적은 2월 비수기를 위해 성수기 시즌에 어느 정도 생활비를 비축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당장 수입 감소에 쫓겨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지요. 

 

물량은 회복된다

당장 코로나 해제 분위기로 오프라인 활동이 많아지고, 현장 소비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올해 국내외 경기도 만만치 않은 장기 침체 분위기로 가는 추세라 결국은 소비를 줄이고, 저렴한 가격을 찾아 다시 온라인 구매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IMF 직후 시절에도 택배는 도리어 성장하는 사업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택배 업계의 전쟁이 관건

이커머스 시장과 일반택배 시장에서 서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과 CJ대한통운은 각각 사업전환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서로의 앞마당 털기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쿠팡은 이미 자회사 쿠팡CLS로 배송부문을 전환하면서 일반택배 시장인 3자 물류 (3PL) 물량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CJ대한통운은 네이버, 파스토와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이커머스 배송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절대적인 점유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시장에서의 성장은 이미 둔화되었으니 상대방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히 예견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이미 공격적인 판가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과 물성 개선을 도모했고, 이는 곧 네이버 얼라이언스의 풀필먼트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캐파를 확보하는 사전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접고용 직원을 줄이고, 지입기사를 전국적인 규모로 채용해 물량 대부분을 소화시키고 있는 쿠팡의 변화 역시 시장변화를 준비하는 사전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에서 살짝 조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향후 이들의 전쟁에 따라 택배업계의 지형이 새롭게 형성되고, 고래들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들도 나타나지 않겠는가 예상을 해봅니다. 

 

 

당장 한두달 비수기로 살짝 어려울 듯 싶지만 어차피 구역 인수인계받으려면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게 좋은 일이니 물량에 연연하지 않고 가능한 즐겁게 택배업계로 복귀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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