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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구열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구역을 배송하느냐에 따라 적절히 할만한 노동강도로 일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몸까지 망가져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구역도 존재합니다.

'무조건 아파트가 꿀이다'라를 외치기도 합니다만 의외로 오래 일한 기사는 아파트가 아닌 시골 외곽 구역을 선호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과연 택배는 구역별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요? 

 

아파트

아파트는 대부분 꿀구역으로 인식합니다.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구역 넓이 대비 밀도가 높아서 대량의 택배품을 배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점유율이 높은 대형 택배사의 경우 두세 명 이상이 나눠 치기도 할 만큼 한 아파트에서 나오는 물량이 엄청납니다. 한때 아파트 지상 차량통행을 불허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트의 경우는 일반 택배차량의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나 억울한 상황일 수 있으나 만약 저상차량으로 배송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면 눈, 비 걱정 없이 정말 편하게 배송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도 합니다. 지번처럼 주소지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 헤매는 일은 없지만 거꾸로 똑같이 생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동주택 특성상 살짝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멀쩡히 써진 주소를 두고 엉뚱한 곳에 오배송을 하기 일쑤입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어이없는 실수들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담당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물건에 매직으로 크게 동/호수를 기입합니다. 송장에 있는 작은 글씨를 보며 배송하다가 오배송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배송의 대표적인 어려움은 분주한 엘리베이터입니다. 배송품은 모든 층에 다 있는데 그렇다고 매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세우면 주민들에게 타박을 받는 일이 정말 많지요. 더구나 택배사가 한 개가 아니어서 네다섯 택배사의 기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시간대에 동일한 방식으로 일을 하기에 주민들로서도 오죽하면 배송시간대를 피해서 다니는 경우도 많고, 기사들도 눈치가 보이다 보니 올라가면서 네 다섯 층마다 해당층 물건을 쌓아두고 맨 위부터 계단을 타면서 내려오는 '계단치기'라는 방법으로 걸어서 배송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차상황도 좋지 못한 곳이 많아서 이중 주차를 하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에 잠시 세워두고 배송을 하다가 신고를 당하거나 싸움이 나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배송 자체도 힘든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멘탈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최악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입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아파트일수록 4층이나 5층에서 특히 택배를 많이 시키기 때문에 노엘베 아파트를 담당하는 기사들의 애환은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습니다. 시작부터 생수 여섯팩이나 절인 배추 네다섯 박스라도 걸리는 날이면 초장부터 맥이 풀려 하루종일 너무나 힘든 배송을 하게 됩니다. 

배송 밀도가 가장 높은 만큼 수수료는 가장 낮은 편입니다. 

 

연립(빌라) 밀집구역

아파트와 일반주택가의 중간적인 구역으로 아파트와 비슷한 배송속도를 내면서도 차량통제가 없어 이동은 편한 반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 연립주택도 많아서 체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구역입니다.  즉 효율은 좋으나 몸이 고생하는 구역입니다. 

혼자 배송하는 것보다 부부 또는 아르바이트 기사를 채용하여 팀으로 배송할 때 극강의 효율을 낼 수 있기도 합니다. 

주소도 건물명으로 모두 구분되어 초보자가 배송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구역입니다.  수수료 단가는 아파트보다 좋습니다. 

 

사무실, 관공서 밀집구역

주소를 기반으로 배송해야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좁은 면적으로 구성된 구역으로 대형 회사나, 매장이 있는 경우 '몰짐'이라고 말하는 다수의 배송품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배송 효율 자체는 좋습니다. 다만 업체에 따라서 대형화물이나, 중량물들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구청에 A4 용지 100 박스가 왔다고 생각하시면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감이 오실 겁니다. 또한 배송지에 따라 한 곳에 한건물의 택배물을 모두 위탁하는 편한 곳이 있는 반면, 부서, 사무실마다 찾아다니면서 배송해야 하는 곳이 있으면 배송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퇴근시간 내에 배송을 해야 하는 곳이 많아서 출차시간이 늦어지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갖고 동선을 변경해가며 배송해야 하는 구역으로 나름 머리를 많이 써야 합니다. 관공서, 은행, 사무실 등 주말 휴무인 곳은 토요일 배송품을 모두 잔류하고 월요일에 몰아서 배송해야 하므로 토요일 퇴근시간은 조금 이른 편이고, 반대로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오전배송으로 마무리하는 월요일 두세 시간을 더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명절의 영향을 적게 받아 모두가 고생하는 성수기 스트레스는 적은 편입니다. 

 

일반 주택가 구역

도로명 주소를 기반으로 집마다 이동하며 배송을 해아하므로 차량 이동이 잦고, 주차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골목길의 경우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카트로 혹은 손에 배송품을 들고 배송해야 하는 곳도 많습니다. 집이 밀집되어있어 배송 속도는 생각보다 잘 나오지만 많이 걸어야 해서 체력소모가 심합니다. 비교적 시간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서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고, 처음에 주소지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집마다 택배품을 놓는 장소가 달라서 가구별 특성을 익히는데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지만 적응이 되고 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배송도 편해지고, 속도도 빨라지는 구역입니다.  다만 지역 자체가 구릉지이고, 난개발 또는 낙후된 지역의 경우 차량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서 엄청난 면적의 오르막을 걸어서 배송해야 하는 최악의 '똥구역'들이 존재합니다. 

 

시장, 상가구역

배송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특히 전통시장이 있는  경우 인파가 몰리고, 길이 비좁은 시장 안쪽을 차량으로 이동하며 배송해야 하기에 각종 사고에 노출되어 있고, 주차 스트레스도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대부분 택배품도 자재들이라 중량물이 많고, 3, 4층 건물에 다수의 중량물을 올려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등짐도 많이 지게 됩니다.  반면 밀도는 높아서 배송 속도는 제법 나오는 편입니다. 오래 버티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주로 젊은 기사들이 초반에 고수익을 얻기에 적당한 구역입니다. 좁은 골목에서 상가 간판이나 어닝을 찢어먹어 배상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운전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장 상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주차나 상품 위탁이 가능하므로, 성격상으로도 넉살이 좋아야 일하기 편합니다. 

 

지방 외곽구역

배송 구역 자체가 일개 면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곳이 많습니다. 터미널로부터도 멀어서 심하면 첫 배송지까지 이동하는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되고, 하루 총 배송거리가 200km가 넘을 정도로 쉽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며 배송해야 합니다. 밀도가 아주 낮아서 때로는 물건 하나를 배송하기 위해 5km 이상을 들어갔다 나오는 오지가 허다하며, 반품 하나 받으러 갔다가 고객이 집에 없어서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구역은 전화를 미리 걸고 배송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산꼭대기 암자나 비포장 길 안쪽의 캠핑장 등 준 오프로드에 해당하는 험한 길을 달려가야 하는 곳도 제법 있습니다. 자연스레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고(이틀에 한 번씩 주유), 수리 또한 자주 해야 합니다.(타이어 교체주기가 3개월일 정도로 험한 주행환경) 다만 급지가 높아서 수수료 단가가 높은 편입니다.  몸은 고생을 덜 하는데, 차가 대신 고생하는 구역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배송지에 계단도 거의 없고, 대부분 대문 앞이나 문 앞까지 차량이 진입해서 물건을 바로 앞에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체력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그래서 의외로 나이 드신 경력 많은 기사님들이 이런 외곽 구역을 선호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배송량이 아무리 적어도 무조건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하므로 배송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 구역의 한계입니다. 

 

수도권역의 경우 집화처가 많아 배송과 집화를 함께 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배송은 통상 3시 이전에 마감하고 이후로는 집화를 돌게 됩니다. 반대로 지방의 경우 마땅한 집화처가 없어 배송만으로 먹고살아야 하기에 통상 6시 이후 저녁시간 때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집화처를 받거나 영업해서 담당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거래처 관리도 만만한 일이 아니고 본사 가격 정책에 따라 택배비가 인상되면 하루아침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송만으로 수입을 올리는 지방이 도리어 좋은 조건인 경우도 상당히 ㅁ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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